Camino De Santiago

첫 해외여행이 Camino de Santiago(산티아고 순례길) #그 후...

걷는친구쑨 2023. 8. 8.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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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Paris로 12시간여 그리고 3시간 대기 후 심야버스로 Bayonne으로 14시간여 그리고 26시간여 만에 밥 같은 밥으로 고기로 먹고 2시간 대기, 긴장을 푼 것은 그때가 인천에서 출발하고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니 더 정확하게 옆에 한국인이 있었다는 안도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Bayonne도착 후 초반 2일 동안 도움 받은 것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피곤했고, 가장 배고팠던 그때 그 순간 도움 받은 것은 내게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인천에서 Saint-Jean-Pied-de-Port까지 이동 시간만 28시간이 걸린 대장정의 첫걸음을 잘 걸은 것 같다, 이동 중에 특별한 일 없었고, 단지 피곤함과 배고픔을 참아 내야 했던 시간이 전부이고, 누군가 친절하게 말 걸어주고, 또 알려주고 특별하게 우려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출발 전부터 그 우려했던 일들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듣고 출발한 터라 걱정이었고 최대의 시련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긴장을 했었다.


내 인생, 마흔여덟에 이런 도전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아마도 첫 번째일 것이라 생각을 한다, 내 삶에서 도전보다는 삶을 영유하기 위한 수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수없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게 최선이라고 그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선택하고 후해했던 일은 얼마나 될까? 후해 할 수가 없어 감당했던 내 선택에 대한 대가는 얼마나 처절하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또 자포자기하고 절망하고 수없이 그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도전보다는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수없이 생각했던 사람이 첫 도전을 패키지여행도 아니고 배낭하나 달랑 매고 도보여행이라니 그것도 800km 도보여행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무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첫 도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 도전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상과 그때서야 내 눈에 보이는 수많은 천사들, 순례길 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잡아주던 그 당연한 배려를 가진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내가 부상을 당하고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는 것에 너무나 행복한 마음이었다, 부상 전에 스스로 타인과 경쟁을 하듯 걷지 않았는지, 스스로 오늘은 얼마나 빨리, 오늘은 얼마나 멀리 걸었다는 경쟁을 하며 이기적인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에서 조금은 낯 뜨거운 나의 모습을 보며 반성을 하며 더 발전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 부상이 나에게 주는 감정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순례자라는 이유로 "우리"가 되는 것이 혼자 걸어도 또 같이 걸어도 외롭지 않았던 감정이고 또 늘 따뜻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52일간의 여정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 지나가고 Fisterra에서와 Santiago de Compostela에서의 휴식은 4주 이상 고통 속에 걸었던 그 길을 기억할 수 있었던 휴식이었다, 그 흔한 관광지 돌아다니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또 Compostela 대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 고통 속에서 걸었던 나를 생각하였다, 순례길 시작하기 전에 내 삶에 고통을 주었던 시련이나 절망이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고통이나 시련이나 절망 따위가 되어 버린다고,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고 느끼게 된다, 2019년 4월 26일 Paris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공항 건물에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절뚝이던 무릎이 말짱해지는 듯한 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가고 있었다, 스스로도 어리둥절하지만 똑바로 걷지만 천천히 걷는 내 발을 보며 집으로 가서 병원 진료받아야 하는데 무엇이라고 어디가 아프냐고 말을 해야 할지가 고민이 되었다,


집에 도착하고 바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부터 정형외과 가서 사진 찍어보았다, 뼈에는 이상 없었고, 무릎이 아파서가 아니라 무릎이 아팠는데요,라는 난감한 말을 하고 정형외과 진료는 끝났고, 한의원 가서 아주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렸었다, 무릎이 아팠고, 지금은 무릎에 힘이 안 들어가고, 아직 쩔뚝이는 것 같다 하니 몇 달 치료받자 하였다, 한 2주 치료받으면서 무릎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고, 고통이 호전되는 것에 다행이다, 생각을 하였다, 정말 무릎이 망가졌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조금은 했지만 체질상 뼈 하나는 튼튼했기에 정형외과 진료 후 그 걱정은 살아졌다, 그렇치만 오랫동안 아팠던 탓에 힘을 주면 고통이 올 것 같아 힘을 줄 수 없었던 것 같다, 걸을 때도 조심히 걸은 것 같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숙제를 하듯 다시 한라산을 올라갔다 오고, 제주올레 19코스, 20코스, 21코스를 완주하여 2번째 제주올레길을 완주하였고, 양평 물소리 길을 완주하였다, 그리고 작년부터 다시 제주올레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완주 증을 받아야지 하는 생각에 스탬프 투어 중이다, 3번째인 제주올레길이 걸을수록 새롭다,


Camino를 생각하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지금 내가 Camino를 가기 전의 모습으로 일상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고 있지 않은지, 자유롭게 다 버리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4년 동안 또 무엇을 집착했을까? 홀가분하게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하는데 가진 것과 내 살림살이들이 내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다, 결국 Camino보다 국내여행 중심의 걷기를 하지를 않았는지 하는 생각을 한다, 홀가분하게 다 버리고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점점 들다가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버리고 갈 수 있을까? 처음부터 없던 물건들이 지금 하나둘 늘어나고 그 짐들을 버릴 수 없는 집착에 빠져 스스로 주저앉아 버리는 일은 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Camino를 다녀오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지금 또 하고 있는 것 같다, 일시적인 것이겠지 그게 일상은 아니니까 Camino를 다녀오고 점점 늘어가는 업무량이 버거워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없어도 되는 일이기도 한 일들이기도 하기에 업무량과는 상관없는 일이고, 결국 마음에서 오는 휴식기가 필요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된다, 5년, 그로부터 5년이고 내가 여기에 홀로 일한 지가 15년이라는 생각과 더 일을 할 수 있을지라는 불안감으로 스스로 은둔생활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한다.

무엇을 배웠을까?  용기? 가끔은 똘끼가 있는 내 성격 탓에 그 가끔이 언제 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용기 같은 똘끼가 나를 조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변하게 하지 않았는지 생각을 한다, 스스로 낯선 곳으로 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것 같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소통할 수 없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과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는 용기, 제주도 올레길을 8년 넘게 몇십 번을 다녔어도 사람 많은 식당을 꺼려했던 내 성격이 조금은 바뀌었고,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은 사람이 많이 있던, 적던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숙소가 눈에 보이면 찾아 들어가는 것 같은 생각을 한다, 조금씩 조금씩 늦은 나이에 이미 했어야 할 경험을 지금에서야 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생각을 한다.


그 길을 완주하고 무엇을 얻었을까? 성취감보다는 LP판에 각인된 음악처럼 내 무릎의 고통으로 기억되던 그 길의 모든 정보가 내 머릿속에 각인된 것처럼 생생하다,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이 기억이 얼마 동안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느낀 무릎의 통증만큼 아주 오랫동안 Camino만 생각하면 기억날 것 같다, 그 길이 평탄했는지, 울퉁불퉁했는지, 평온했는지, 나무, 풀, 들꽃들, 돌들... 내가 그 길을 완주하고 얻은 것은 잊을 수 없는 그 길의 기억이었다.


무엇을 가지고 왔을까? 내 두 눈으로 본 대서양 바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소통과 배려하는 방법들, 조금 더 나를 바라보는 시각, 그것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던 폐쇄적인 성향의 사람이 세상을 구경하고 돌아와 그 세상이 전부 내 것인 것처럼 언제든지 다시 그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을 거라고 착각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세상을 꿈꾸는 것, 그 꿈을 가지고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은 어디를 갈까? Camino가 아니면 다음은 어디를 가볼까? 내 버켓 리스트에 가고 싶은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거기를 다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 후 다시 일상이지만 꿈꾸지 않았던 일들을 이젠 꿈꾸게 되었다, 언젠가는 다시 그 길을 갈 수 있을 거야! 그래 가자! 죽기 전 언젠가 가능하겠지... 그 후 내 인생에 꿈은 현실이 된다로 바뀌었다, 못할 거 뭐 있냐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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