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네 것이 되다...
4년 여가 지나고 내년이면 5년 차인 첫 해외여행이 Camino를 기억하는 것은 내 무릎이 부들부들 떨 때 그때 기억이 더 생생해진다, 비 오는 날, 비 안 오는 날, 흐린 날, 흐리지 않은 날, 모든 날에 나는 그 길을 기억하고 또 그리워한다, 누구나 첫 여행 그것도 해외여행을 더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주 많이 특별한 여행이라 생각이 든다, 어떤 여행이든 특별하든 특별하지 않는 그 여행지에서 느끼고 자고 먹고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은 본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첫 여행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여행이 좋든 싫든 모두 기억할 것이라 생각을 한다, 그 여행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바람, 모든 냄새, 모든 음식, 풍경 모든 것을 기억할 것이라 생각을 한다, 나 또한 그 특별했던 48살에 첫 도전을 기억하고, 또 이렇게 글로 남긴다,
2019년 3월 8일 Saint-Jean-Pied-de-Port 출발하여 많이 행복해하며 걸었다, 생에 첫 해외여행을 그것도 도보여행을 생각하고 걷는다는 것은 정말 많이 행복해지는 일이었다, 5일쯤? 그 행복을 만끽하며 걸었고, 무릎이 망가지고 한 5일쯤은 암울했다, 그리고 보지 못한 모습들과 보지 못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또 행복해지는 여행은 내가 무릎이 망가지고 아주 한참을 아니 한국에 돌아오는 날까지 그 행복을 느꼈다, 평생 살면서 이보다 더 행복한 날이 있었나 싶고, 조금은 불안해하는 날이었다, 그렇기에 밤마다 처음부터 출발 안 했던 것처럼 내 방 침대에서 일어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2019년 3월 14일 위 사진의 구간에서였던 것 같다, 그 전날 Albergue에서 2층 침대로 올라가는 도중 잠깐 무릎에 충격이 있었다, 뭐 특별하게 아프거나 하는 충격은 아니었지만 그 대미지가 그동안 걷는 동안에 쌓인 피로와 겹쳤을지 모르겠다, 또한 한국에서 구입해 온 파스가 전부 소진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붙일 파스가 없었고, 스페인 파스는 그리 신통치 않았고, Los Arcos에 도착 후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었을 거라 짐작은 간다,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괜찮은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걷고, 그게 아닌 것이 아닌 계속 누적되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Los Arcos Albergue의 저녁은 최악이었다, 배가 고파 먹었던 기억이고, 먹어보지 않았던 열대 과일 두리안이 생각나는 저녁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이 또한 나의 Camino라고 이야기하지만 순례길 중에 먹은 음식들 중에 정말 최악이었다, 그 맛있는 음식 중에 이런 최악의 음식은 결국 그 또한 나의 Camino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Los Arcos에서 출발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누적된 피로와 쌀쌀한 아침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몸 상태가 그리 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 페이스로 걷지 않은 탓일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용서의 언덕 지나서 너무 편한 걸음이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동안 흐리멍덩한 날씨 탓에 맑아진 날씨로 인하여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신이 났던 것 같다, 신이 나서 더 빠르게 빠르게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기에 내 걸음은 1시간당 3.5km~7.5km까지 요동치고 있었던 시기였고, 내 걸음을 찾지 못하였다, 평소 2.8km의 느린 걸음이었던 걸음이 왜 이렇게 요동쳤는지, 나는 그 이유를 걸으면서 알았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해외여행이 처음인 내가 믿을 거라고는 같은 국적 사람들 따라가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무서웠다, 아니 아저씨가 무서운 것을 느낀다는 것은 나도 내 감정을 모르겠다, 단지 홀로 있는 나에게 처음 며칠은 모든 일에 도전이었다, BAR에 가서 아침을 먹는 것도, 점심을 먹는 것도, 숙소를 찾아 들어가는 것도, 모든 것이 나 혼자 해결해야 했던 도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 듯 그렇게 나 스스로 타지에서 그 현지 음식을 시켜 먹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고통의 절정은 Logroño에서 하루를 쉬고 다음날 Navarrete으로 가는 길에서 인 것 같다, Camino De Santiago를 걷는 동안 고통의 물결은 세 번이 찾아왔던 것 같다, 그중 처음이 가장 힘들었다고 기억을 한다, 12km도 안 되는 거리를 12시간을 걸었다면 또 그 구간이 가장 평온한 산책로였다면 믿을까? 서울대공원 호수 산책로와 같은 구간을 어떻게 12시간을 걸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간간히 카톡으로 전해지는 응원과 걱정과 미묘한 감정들이 전해왔다, Saint-Jean-Pied-de-Port에서 같이 출발했던 사람들이 이제 만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직감했는지 모른다, 이제부터 오로지 나 혼자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불안했지만 그래도 경험을 하였기에 지금까지 며칠 같이 걸으면서 경험을 하였기에 용기를 가진다,
두 번째 절정은 Santo Domingo de la Calzada에서였다, 마을 도착 4km 전? 끝없는 내리막길 그리고 Albergue로 가는 길, 식은땀이 났다, 두 번째다, 경련이 오는 것 같았다, 이것도 두 번째다 뭐 첫 번째보다 참을 만했다, 그래도 고통스러운 것은 이것이 나의 것이 되는 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Navarrete에서 보다 사람들이 더 잘 보이고, 사람들 목소리가 더 잘 들리고, 그 사람들의 배려가 더 잘 느껴진다, 나의 것이 되는 순간 나는 행복해진다,
세 번째 절정은 Carrión de los Condes에서였다, 무릎에서 내려간 고통이 정강이에 이렇게 표시가 되도록 걸었다, 며칠 쉬면서 걸었지만 여기까지인 것 같다, 중간 Belorado에 만난 나의 천사들이 아니었으면 Carrión de los Condes까지도 못 걸었을 것이다, 내 여정은 여기서 또 혼자가 될 듯싶은 것에 조금은 조급해졌다, 아니 나의 천사들과 이별을 해야 하는 것과 Leon으로 이동할 것인지 아니면 며칠 쉬면서 무릎이 호전될지 생각을 해봐야 했다, 그러나 결국 이 이상 피로가 쌓인다면 한국에 들어가서도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에 결단이 필요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이 이후로는 걸을 만큼 걷고 버스나 택시로 이동하기로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의 천사들을 배웅하고 그 전날 버스 시간표를 보고 시간에 버스를 타러 갔다, 지금쯤 어디를 걷고 있을까? 허허벌판 17km쯤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 나 또한 겁이 났다, 만약 나도 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제도 겨우 10km쯤 걷고 히치하이킹을 하여 나의 천사들이 있는 곳까지 왔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였다, 이 무릎으로 이 다리로는 정말 답이 없었다, 중간에 히치하이킹도 못하는 차 없는 농로라는 이야기에 겁이 났었다, 다시 언젠가 만나겠지, 그게 어디가 되던 다시 만날 일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결국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Compostela에 도착하고 소식을 간간히 들었다, 그들은 그들 자신만의 Camino를 걸었다고, 각자 무엇을 얻었는지 그것은 그들 각자의 몫이고, 간간히 잘 지낸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Leon.
2시간쯤 버스로 이동한 것 같다, 나의 천사들이 걷고 있을 허허벌판을 보며 차장밖에 그 사람들이 어디쯤 걷고 있을까? 10여 일 같이 걸어준 나의 천사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생각을 한 적이 있다, San Juan de Ortega에서 Burgos으로 가는 길에 그 돌밭길에서 나는 또 한 번의 고비가 왔었다, 세 번째 고비 그동안 첫 해외적응은 끝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날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하지 않았다, Belorado에서부터 같이 걸어준 천사들이 있어 나는 걸을 수 있었다, Leon으로 가는 차창밖으로 그들이 걷는 것을 느끼며 이제 얼마 안 남은 길에서 이 고통은 내가 Santiago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지 못하였다,
다시 만났다, 그리고 출발하는 사람, 그리고 새로 만난 사람 침술원에서 며칠을 치료하며 소용없는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효과는 종종 있는 듯하여 가능한 최대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동생들이 떠난다, 또 홀로 남겨져 생각에 잠긴다, 더 호전될 것 같지는 않은 치료를 더 받아야 하나? 아니면 포기를 해야 하나? 남은 거리는 300km 정도, 여기서 포기해도 한국에 돌아가는 비행기 편은 많이 남았다, 그 시간과 돈을 들여 여기까지 왔고, 내가 처음이자 언제 또 도전을 할지 모를 단 한 번의 도전이었다, 그 도전을 포기하는 것은 앞으로 내 삶은 의미 없는 삶이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동생들이 떠나고 생각에 잠겼다, 며칠 같이 먹고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없으니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그중 내 무릎에 대한 생각이었다, 무릎이 망가지고 22일을 고통 속에 걸었다, 이제는 네 것이 되어 쩔뚝이지 않는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조금은 쩔뚝이면서 걷는 것이 편해지는 마음이고, 언제나처럼 주변 사람들이 물어본다, "너 괜찮아?" 물론 괜찮지 않다, 그러나 나는 대답을 한다, 괜찮아, 아주 괜찮아! 오늘도 좋은 하루고 행복한 하루야 아주 괜찮아! 민박집에서 점심을 먹고 생각에 잠겨있다, 이 정도면 150km는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면 중간중간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완주하면 될 것 같다고, 그 또한 나의 Camino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아쉬우면 다음에 또 기회를 만들어 오면 되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그 고통을 참아내며 포기하지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 그건 아니지 싶었다, 동생들 떠나고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오후에 민박집에서 하루를 취소하고 침술원에 갔다 바로 터미널로 갔다, Astorga로 향하였다, 걷고 싶어 젔다, 4일 이면 되었다, 얼마 안 남았는데 모든 것을 네 것으로 만들고서라도 나는 걷는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일정대로 걷고 못 걸은 거리만큼 버스나 택시로 이동하면 동생들과 한동안 같이 갈 수 있겠다, 싶었고, 그게 마음 편했다, 어쩌면 이때부터 다음에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다음엔 좀 더 잘 걸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다음엔 타인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받은 배려가 너무도 고마웠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무릎통증이 오고부터 줄곧 배려를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말 한마디가 그동안 나의 말 한마디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고통이 네 것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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