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마흔여덟에 첫 해외여행이 800km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친구쑨 2023. 2. 6. 10:18
728x90
반응형

콤포스텔라-대성당

첫 해외여행이 Camino de Santiago(산티아고 순례길)
삶을 생각하다.
나의 인생은, 스스로 억누르며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꿈만 꾸었던 유년 시절을 보낸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그러했고, 어머니가 그러하여 스스로도 억누르고 살지 않았는지, 아니 가족전체가 그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팽개쳐져 자신들의 꿈들을 스스로 잊어버리고 살지 않았는지, 초 중 고, 그리고 자라온 환경이 나를 산업일선에서 더 치열하게 살게 하지는 않았는지, 꿈을 꾸어야 할 나이에, 꿈을 찾아야 할 나이에, 같은 나이 친구들은 대학 가고, 여행 다니고. 수많은 경험을 할 때 나는 무엇을 하였는지 생각해 본다, 나의 유년시절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1990년 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스로 가난한 가정환경을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여행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나에게 쓰는 돈은 회사 가는 왕복 차비가 전부였던 그때, 단지 먹고살기 위하여 나는 산업일선에서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하루 2시간도 숙면을 못 할 정도로 피폐해져 있었고, 몸은 점점 마르고, 정신은 자꾸 갉아먹는 것 같았다, 그때 같이 일하던 친구가 어느 날 휴가를 같이 가자고 하였다, 휴가는 지리산으로 가자고, 1993년 여름 이었던가?? 드라마 “모래시계”가 한참 인기 있었던 그때가 아닌지 생각이 든다, 변변치 않은 등산장비와 배낭, 스무 살의 객기였을까? 그때의 몸과 지금의 몸은 아무리 삐쩍 마르고 근육 량이 작아도 40대 후반의 몸과 20대의 몸은 다른 것이다, 정말 다른 것이다, 아무리 근육 량을 늘려도 40대 후반이 20대의 몸을 가질 수 없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라 나는 그때를 그리워한다, 지리산의 첫 느낌은 어머니 품 같았다, 어딜 봐도 아름다움이 그리고 한여름의 밤은 춥고, 낮은 따뜻한 그 어머니 품 같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같이 간 친구와 동생이 고마웠다, 그 뒤로 몇 년을 여름휴가지로 지리산을 다닌 기억이고,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퇴사를 결심하고, 그렇게 나의 치열했던 시절이 지나고, 1995년 5월, 기나긴 백수의 시간이 5년이나 계속되었다, 그 시간 동안 못해본 것과 배우고 싶었던 것들 배우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나쳤다, 학력이 높아서 좋은 직장을 다닌 것도 아니고, 그저 그런 직장에 취직하여 몇 년을 일하면서도 또다시 늘 같은 패턴의 일상과 마주하였다, 남들보다 빠른 나이에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 30대 초반에 결혼을 하고, 미친 듯이 사랑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한순간도 변한 적 없었던 그 6여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직장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나 자신에게 가혹하였다, 슬픔인지 분노인지도 잘 모르고 무기력한 시간은 혼인기간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 나에게 남은 것은 허기진 배 고품과 발바닥에 굳은살과 그동안 여행 다녔던 여행지의 추억이 남았다,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던 그 시간은 내 여행만큼이나 허기진 시간이 아니었다, 하는 생각을 한다, 단지 혼자서 호의호식할 수 없는 불편함과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직장을 옮기고, 10년이란 시간동안 소소한 일상 중에 좋은 기억들과 그저 그런 기억들, 그리고 1년에 몇 번씩 걷는 즐거움을 준 제주올레길, 몇 년을 그렇게 미친 듯이 제주 올레길을 걸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힘 안들이고, 여유로 왔지만 첫 해만 해도 내가 이 길을 왜 시작을 하였을까 하는 의문으로 시작하였다, 단 며칠, 겨우 제주도 갈 때마다, 2개 코스 또는 3개 코스가 전부인 걸음과 휴가 받아 최대 6개 코스가 전부인 거리가 나에게 마음 편한 식사를 하게 하지 않았다, 배고 품에서 시작된 걸음은 나의 몸을 괴롭히고 결국 이 길을 시작하였을 때 그 분노와 슬픔을 평온으로 바꾸어 주는 듯했다.


2018년 3월 준비하다.
내 나이 마흔여덟에 첫 해외여행, 그 첫 해외여행을 Camino de Santiago를 간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단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간 일이 없는 40대 후반의 아저씨다, 못 배워서? 돈이 없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혼자서도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쯤은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나는 두려움에 혼자서 해외여행을 갈 생각을 안 했었다, 더 정확하게는 낯선 환경에서의 두려움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래서 망설였고, 보류하고 있었던 여행을 나는 간다, 그것도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배낭 하나 짊어지고, 홀로 52일간의 800Km 도보여행을 간다고 마음을 먹었다.


TV에서 제주올레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도 이야기만 들었고,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였다, 그땐 내가 부양가족이 있고, 직장을 그만두고 갈 형편이 안 되어서 라는 명분을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단지 437km 제주 올레 길을 다 걸을 생각을 하니 직장을 그만두고 그 길에만 집중하여 걸어야 하나? 아니면 몇 구간씩 나누어서 걸어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부터 한 것 같다, 그리고 결국 TV화면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잊은 듯 잊어버렸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부양가족도 직장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혼자가 되고, 몇 년을 자신을 잃어갔던 것 같다, 긴 터널 같은 시간이 지나고, 잊고 있었던 생각을 하였다, 그 길을 걷고 싶어졌다, 2013년 1월 어느 날 나는 제주올레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제주 올레 길을 생각하면서 6여 년여간 열세 번의 제주도를 오가며 한 번의 완주와 다시 걷기19코스를 걷고 있는 지금, 이 길을 다 걷고 나면 어디를 걸어야 하지?라는? 생각에 그대로 멈춰 서서 다른 길을 생각했다, 한창 힘들게 올레길 중간쯤 걸을 때인가? 올레길을 접한 방법과 마찬가지로 TV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던 기억이 났다, 처음 그 영상을 볼 때는 내가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800km 가까이 되는 길과 30일 넘는 긴 여행일정, 또 하나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과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 처음부터 사람을 무서워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마저 든다, 아니면 처음 제주 올레길 6개 코스까지 참으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였을 것이다, 저질 체력은 어딜 가나 발목을 잡는다, 그 뒤로 첫 번째 올레길을 완주하고, 다시 한번 더 제주 올레길을 걷고 있을 때 문득 생각이 났다, 거기를 가고 싶다고, 산티아고 순례길을가고 싶다고, 그 뒤로 영화를 보고, Youtube영상들을 보고, 그때 마음먹고, 그 길을 걷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기니 수없이 정보를 찾아보게 되고, 또 열람하고, 관련 인터넷 포털 카페에 가입하고, 경험자의 정보를 열람하였다.


거의 1년을 준비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루 몇 시간은 산티아고 관련 영상과 풍경을 보고, 그 사람들의 경험을 보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갔던 물건들을 보고 같은 것을 구입해 따라 하고, 프랑스 파리 왕복 항공권을 예약하고, 출발 3개월 전쯤 프랑스에서 Bayonne으로 가는 야간버스를 예약하고, 현지 통신망 유심을 구입하고, 비상약, 그리고 파스 등을 구입하고, 여행자 보험, 현지에서 사용할 카드 확인 및 유로화 환전 그리고 몇 번의 물품 확인하고, 배낭을 준비하였지만 장거리와 장시간의 여행은 처음이라는 것에 그만큼 관련 준비 물품 량과 소비가 많았고, 결국 가지고 가지 않은 물건들이 구입한 물건의 절반을 차지하고, 또한 현지에서 걷는 동안 버린 물건들이 몇몇 있었고, 또 현지에서 구입한 물품들까지 그렇게 오래 준비하고, 여러 번의 확인과 최종 물품들을 확인하였는데도 배낭무게가 줄어들지 않았다.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까지 못하는 초보여행자가 프랑스 Saint-Jean-Pied-de-Port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먼저 간 사람들 중에 같은 방법으로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과 같이 가는 사람 모른 척 따라가는 것과 길동무를 찾아서 같이 가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것을 한 것 같다, 먼저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느낌에 순례자인 사람 따라가기, 길동무를 찾아 같이 가기, 외국 나가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조금이라도 위험한 곳이 있다거나, 위험하다는 관광지를 모두 배척하고, 또 오로지 Camino De Santiago만을 집중하여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것 같다.


외국어 모르는 사람이 영어로 된 스마트폰 App으로 야간버스 예약한 것부터가 처음인 경험이다, 또한 Bayonne 기차역에서 Saint-Jean-Pied-de-Port Saint-Jean-Pied-de-Port으로 가는 기차 대신 운행하는 예비 버스표를 창구에서 구입하는 것부터 큰 모험이었다,, 야간버스야 스마트폰으로 예약해서 예약 내용만 보여주면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지만 인천에서 출발하고, 외국인과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안 한 사람이 버스표를 매표소에서 구입한다는 것 자체가 큰 용기였을 것 같다, 나 스스로 잘했다, 그건 잘했다, 한다, 그리고 기본체력만 가지고, 초보자가 실수를 했던 것을 그대로 하였다는 것을 순례 길을 다녀온 뒤에야 알아버렸다, 무거운 배낭, 저질체력, 그리고 두려움, 그렇다, 가장 큰 실수는 SWAG 이다, SWAG야 말로 걷는 속도를 조절 못하게 한 큰 실수다, 내 나이 마흔여덟에 SWAG는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감을 주므로 나 자신에겐 SWAG는 행복이겠지만 그로 인하여 많은 고통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은 허기이었던 것 같다, 순례자들은 늘 배고프다, 먹고, 먹고 또 먹는데도 배고프다, 이상하게 식비로 사용한 금액이 전체 지출의 절반에 가까운 데도 나는 배고팠다는 기억이 많이 난다, 또한 걷는 동안 수많은 천사들과 걷는 동안 옆에서 응원하던 낯선 사람들 그들이 아니었으면 무릎에 고통이 왔을 때 이미 포기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외로움 그 속에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천사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걸으며 느꼈던 고마움과 배려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었던 그 이야기다.


 

반응형